영화 ‘기생충’의 배경, 아현1구역의 숨겨진 진실과 재개발의 그림자
영화 기생충을 보면 송강호 배우가 연기한 '기택'의 가족은 햇살 한 줄기 들지 않는 반지하에 삽니다. 창문 밖으로는 길거리 사람들의 발만 오갈 뿐이죠. 그런데 이 설정이 단지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실제 서울의 한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기택 가족의 주요 배경이 된 장소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그 중에서도 ‘돼지슈퍼’가 있던 아현1구역입니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저소득층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었고, 최근에는 공공재개발을 앞두고 또 한 번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아현1구역의 과거: 자력으로 세운 재개발
1980년대, 이곳은 판자촌이 밀집했던 지역이었습니다. 도시 미관과 안전 문제로 인해 정부는 주민들에게 판잣집을 철거하고 스스로 빌라를 지을 것을 유도했죠. 이것이 바로 ‘자력갱생 재개발’이라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 당시엔 건축 규정이 미비했고,
- 비용 부담 때문에 지하실까지 주거 공간으로 만들고 분양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 3층 빌라에 지하실만 5개가 있는 구조도 있었다니,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형태입니다.
등기부등본에 등록할 수 없는 지하실을 팔기 위해, 지상층 세대의 등기에 ‘공유 지분’으로 지하실을 얹는 방식이 널리 쓰였습니다. 이런 방식이 오랜 시간 동안 지역에 통용되면서,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공공재개발이 불러온 충돌
세월이 흘러, 아현1구역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합니다.
재개발 조합을 구성하려면 세대마다 ‘조합원’ 1인을 지정해야 하는데, 지하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가구는 단독 조합원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인 겁니다.
- 총 2,692가구 중 902가구가 공유지분을 가진 형태
- 이 중 740가구는 분양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었습니다
현금청산은 간단히 말하면, 분양 신청 자격이 없거나 신청을 포기한 이들에게 감정평가액만큼 보상하고 퇴거시키는 제도입니다. 시세보다 낮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이사비조차 부족한 경우도 흔합니다.
방법은 없을까? 조례에서 찾은 실마리
마포구청은 주민들에게 “합법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오면 지원하겠다”고 전했고, 주민들은 이를 발판 삼아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조항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 공유자도 ‘권리가액’이 최소 분양가보다 높으면, 조합원 분양권을 인정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조례 제36조 1항 3호)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벽이 있었죠. 마포구 아파트 분양가는 서울에서 손꼽히게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웬만한 권리가액으로는 기준을 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추진위는 최소 면적 기준인 전용 14㎡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했습니다.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해 1억 9,132만 원이라는 기준선을 만들었고, 이를 넘는 권리가액을 가진 공유지분자는 조합원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길을 텄습니다.
그 결과,
- 740가구 중 무려 581가구(약 78%)가 조합원 자격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 이는 서울의 재개발 역사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시선의 간극
추진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전히 ‘왜 지하실 지분자들까지 끌어안아야 하느냐’는 주민들의 항의도 있지만, 함께 살아온 이웃이 계속 이 지역에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진짜 재개발 아닐까요?”
이 말이 참 와닿습니다. 도시 정비란 단순히 건물만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사람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진짜 본질 아닐까요?
경매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
개인적으로 부동산 경매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이런 지분 문제와 재개발 이슈가 복잡하게 얽힌 지역의 물건은 꼭 두 번 세 번 더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현1구역처럼:
- 공유지분으로 등기된 물건
- 단독 조합원 자격이 없는 구조
- 현금청산 대상 가능성 있는 지하실 매물
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 싼 가격에 끌려 입찰했다가, 입주도 못 하고, 분양도 못 받고, 돈도 묶이는 상황이 될 수 있거든요. 경매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꼭 이런 사연까지 체크해보셔야 합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단지 스토리만이 아니라,
서울 한복판에 여전히 존재하는 반지하 삶의 흔적을 실감 나게 보여준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된 아현동은 지금도 현실 속에서 기생충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재개발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누군가를 쫓아내지 않고 함께 가는 방식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번 아현1구역 사례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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